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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 예산 사용처

고령화 사회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예산은 충분한가?

한국 사회는 초고령화로 인해 새로운 형태의 복지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기술 중심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고령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디지털 포용 정책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예산을 편성해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예산을 배정하는 것을 넘어서, 그 예산이 실제로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관련 예산은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고령자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단순한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사회적 통합, 정보 접근권, 경제적 자립성과 직결된 구조적 문제이며, 국가의 정책 방향과 행정 집행의 효율성에 따라 그 성과가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본 글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고령자 디지털 교육 관련 예산이 실제로 어떤 항목에 배정되고 있으며,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한지를 면밀히 분석하고자 한다.

 

디지털 포용 예산의 전체 구조 이해하기

정부는 디지털 포용을 위한 예산을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 또는 ‘디지털 포용 종합계획’ 등의 이름으로 편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사업은 특정 항목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보통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고용노동부 등 다양한 부처가 연계하여 집행한다.
2024년 기준, 전체 디지털 포용 예산 중 약 25% 내외가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예산은 지역 사회 내 디지털 역량 강화 프로그램 운영, 교육 인력 양성, 태블릿·스마트폰 등 기기 지원, 교육 콘텐츠 개발, 홍보 및 접근성 향상 사업 등에 사용된다.
예산이 고르게 분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특정 분야에 집중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소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홍보 및 기기 보급에는 적극적인 예산 투자가 되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력 확보나 장기적 교육 지속성 확보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경우가 많다.

 

예산 사용처

교육 인프라 및 장비 보급

많은 지자체는 고령자 교육을 위해 디지털 기기를 구입하는 데 상당한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기초적인 접근성을 확보와 교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필수 단계이기도 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기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일정 기간 대여 형태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고령자들이 해당 기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후속 교육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기를 준 뒤에 어떻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지자체에서는 기기를 제공한 이후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에서 체계적인 실습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예산을 장비 구매에 집중하기보다는, 장비와 함께 체험 중심 학습을 연계하는 프로그램 설계가 중요하다. 실습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교육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예산을 단순한 장비 구매에 집중하기보다는, 장비와 함께 체계적이고 맞춤형 체험 중심 학습을 연계하는 프로그램 설계가 중요하다.

 

인력 운영과 교육 강사 배치

교육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문 강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고령자 심리와 인지 특성을 이해한 강사보다는 현재 많은 교육 현장에서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나 단기 아르바이트 인력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예산 절감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품질 저하로 이어진다.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은 단순한 기능 전달이 아니라, 반복 설명, 감정 공감 등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된다. 예산에서 전문 인력 양성 및 장기 고용을 위한 항목이 강화되어야 교육의 지속성과 신뢰도가 확보될 수 있다.

또한, 소규모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한 인력 배치도 중요한 문제다. 1명의 강사가 10명 이상의 고령자를 상대하면 교육 효과는 급감하게 된다. 하지만 인건비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기 쉽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력 배치 기준을 제도화하고, 이에 필요한 인건비 예산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개발 및 교육 과정 구축

기존의 고령자 교육 프로그램은 대체로 텍스트 중심이며, 실생활과의 연계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특히 기술 중심 콘텐츠는 젊은 층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처음 교육을 접하는 고령자에게는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낯선 용어로 구성되어 있어 학습 흥미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콘텐츠는 시각적, 음성 중심의 멀티미디어 자료로 구성되고, 반복 학습과 감정 중심 기억법을 반영한 구조로 개발되어야 한다. 하지만 콘텐츠 개발에 투자되는 예산은 전체 사업비 중 매우 낮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지역마다 고령자의 수준이나 사용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 맞춤형 교육 과정 개발 역시 예산 배분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농촌 지역에서는 기상 정보 확인, 병원 예약, 교통 앱 활용 등이 중요하지만, 도심에서는 SNS 사용이나 금융 서비스 활용이 더 필요할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반영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지자체별 자체 예산 확보와 중앙정부의 가이드라인 보완이 요구된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예산 배분의 재구조화 필요

현재의 예산 구조는 사업 단위 중심의 분배로 이루어지고 있다. 즉, 교육 강사 운영, 장비 지원, 콘텐츠 제작 등 항목별로 별도로 집행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필요한 현장 중심의 조정이 어렵다. 또한,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 농촌 및 오지에 거주하는 어르신, 노인 복지시설 입소자는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혜택에서 소외되기 쉽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동형 교육 서비스, 찾아가는 디지털 상담소, 가정 방문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예산 투입이 늘어나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는 몇몇 지역에서만 이뤄지고 있고 대부분은 아직 실험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고, 예산도 한정적이다.

교육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급형 예산이 아니라, 유연한 예산 구조 설계가 필요하다. 교육 대상자의 특성과 현장 피드백을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예산 편성 방식 자체가 전환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지자체 간 예산 편차와 지역 불균형 문제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예산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전국적으로 균등한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지역별 재정 자립도, 행정 우선순위, 인프라 수준에 따라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교육 서비스의 질과 접근성은 크게 차이 난다.
예를 들어, 서울이나 경기, 부산처럼 예산 여력이 있는 대도시 지역은 복지관이나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에서 정기적인 디지털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반면, 전남이나 강원 등 농어촌 지역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이 연 1~2회여서 일회성인 성격을 띠고, 아예 운영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러한 지자체 간 예산 편차는 결국 고령자 간 디지털 역량 격차로 이어진다.
정부는 디지털 포용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역 균형’을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지원 방식은 획일적이거나 지역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지역 맞춤형 예산 지원 모델을 도입하고,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배정해야 함에도, 지금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책의 투명성과 데이터 기반 예산 운용 필요

지금까지 고령자 교육 예산의 집행은 대부분 양적인 성과에만 집중되어 왔다. 몇 명이 교육을 수료했는지, 몇 회의 강좌가 열렸는지에 따라 예산 집행이 평가된다. 그러나 이런 접근은 질적인 변화, 즉 고령자의 실제 디지털 활용 역량 향상이나 삶의 변화에 대해서는 간과하게 만든다.

교육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서는, 단순 수치가 아닌 행동 변화 기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교육을 시행한 이후 몇 명이 키오스크를 혼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는가, 스마트폰으로 공공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었는가 등의 실제 생활 적용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산이 실제 필요한 영역에 제대로 투입되고 있는지,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방식이 효과적인지를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이러한 성과 평가 시스템이 부족하며, 지역에 따라 예산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낭비되고 있는 사례도 존재한다. 앞으로는 고령자 교육 예산을 단순한 소비 항목이 아닌, 성과와 연동된 투자 항목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이는 숫자보다, 체감되는 변화를 위한 예산 구조가 필요하다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역량 강화를 위해 편성되는 수백억 원의 예산은 단순한 행정 지출이 아니다. 이는 고령자가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정보로부터 소외되지 않으며,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사회적 투자이다.

하지만 지금의 예산 구조는 현장에서의 필요와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기기는 지원되지만 교육은 부족하고, 강사는 있지만 지속적 운영은 어렵다. 프로그램은 있지만 콘텐츠는 낡았고, 수치는 있지만 체감 변화는 없다.

고령자의 디지털 능력 향상은 국가적인 문제이다.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누구에게 쓰는지가 그 과제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제는 보여주기식 예산이 아니라, 현장에서 작동하고 고령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한 때다.

예산은 단순히 ‘사용’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 ‘기억’과 ‘삶’을 바꾸는 데 쓰여야 한다. 그 변화는 곧 고령자의 일상 속에, 그리고 우리 모두의 미래 속에 반영될 것이다.